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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셨다/니혼슈 탐구생활

트렌디한 사케가 궁금하다면, 센킨仙禽

즐겨보는 유튜브에 스니커즈 전문가 와디가 나와 살로몬, 나이키 등을 예로 들며 트렌디한 브랜드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퍽 흥미로웠다.

  • 오랜 히스토리
  • 유니크한 실루엣
  • 트렌디한 브랜드와 콜라보
  • 약간의 하입Hype
  • 퀄리티 유지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 어느 순간 다가오는 유행이라는 파도를 탈 수 있다나? 듣고보니 정말 그럴 듯 했다.

센킨의 다양한 라인업. 모던, 클래식, 계절 한정, 도멘, 프리미엄


위의 기준에 맞춰 생각해봤을 때,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센킨이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기본 라인업(모던 & 클래식)
내추럴 와인처럼 심플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계절 한정판
자연 그대로의 맛을 추구하는 도멘Domain 시리즈
패션 브랜드 United Arrows와 함께하는 콜라보 시리즈1806년 창업이라는 오랜 역사까지(헥헥)

와디가 이야기한 조건과 아주 딱! 딱! 맞아떨어진다.

센킨 X United Arrows

사실 비슷한 브랜드로 아라마사도 있지만, 음. 아라마사는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 패스했다. 일반인은 거의 구할 수가 없다보니 현실감도 없고 흥미도 잘 안 생긴다. 예약하려면 반년 넘게 기다려야하는 스시야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에 비하면 센킨은 접근성이 좋다. 대부분의 라인업이 정식으로 수입되고 대형 보틀샵, 이자카야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물론 한정판 제품은 각 잡고 노려여하지만 노력하면 살 수는 있다. 나는 딱 이 정도의 손에 닿을 듯 말듯 한 거리감이 좋다.

센킨은 워낙 라인업이 많아 딱 잘라 하나만 추천하기가 어려운데, 일단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술은 모던 시리즈이다. 시원한 산미와 달콤한 멜론, 소다 뉘앙스의 향이 입맛을 돋우고 음용성도 좋아서 쭉쭉 잘 들어간다.

예전 시음기를 찾아보니 인위적이지 않은, 건강한 메론 소다 같은 향이라고 적어뒀더라. 가격 역시 소매 기준 5-6만원 대로 접근성이 좋다. (일본 가격은 1,500엔 대)

모던 시리즈가 없다면 계절 시리즈를 찾아보자. 맛은 당연히 좋고, 라벨도 귀엽다. 한정판인데 의외로 한국 보틀샵에 많이 보인다.

좀 더 술을 좋아하는, 찐 애주가에게 추천하는 제품은 센킨 누보이다.

센킨이 위치한 토치기 현 사쿠라 시의 물을 이용하고, 이 물을 이용해 유기농으로 재배한 고대의 쌀 품종, 카메노오亀の尾를 사용한다.

정미율은 90%.
말 그대로 거의 깎지 않은 쌀을 사용하며, 심지어 효모조차 넣지 않는다. (양조장 근처에 자생하는 야생 효모를 이용해 술을 빚는다.*) 와인으로 따지면 내추럴 와인, 맥주로 따지면 람빅 같은 술인 것이다.

거의 토치기 현 사쿠라 시의 맛이라고 부를 수 있겠쥬?

*사실 자연주의 농법 + 효모 무첨가 브랜드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다. 우부스나, 아라마사, 타카 등 여러 브랜드에서 이런 스타일의 술을 만날 수 있는데, 가장 접근성 좋은 술은 역시나 센킨이라고 생각한다.


센킨 누보 Senkin Nouveau 시음기

쌀: 카메노오
정미율: 90%
알코올: 14도, 원주原酒
지역: 토치기 현

*이 블로그의 모든 시음기는 5도 냉장고에서 꺼낸 레이슈를 기준으로 합니다.


향은 옅은 프루티함. 물 탄 복숭아 주스가 떠올랐다.
한 모금 맛보면 산뜻한 산미와 함께 캬라멜, 버터리한 향, 튀밥의 고소함, 희미한 탄산감이 느껴진다.

캬라멜과 버터라고 하면 달고 느끼할 것 같지만 질감이 깨끗하고 투명한데다가, 피니쉬에 쌉싸래한 맛도 있어 전혀 느끼하지 않다. 설탕에 졸인 늘어붙은 복숭아 잼에 차가운 물을 타면 이런 맛일까? 같은 헛생각이 떠오른다.

상온
온도가 올라가니 새큼한 신맛이 도드라진다.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복합적인 산미에 내추럴 와인도  생각나고… 여러 잔 마시면서 산미에 익숙해지니 고소한 맛이 선명해져서 재밌다. 그치만 0~5도 정도가 음용성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