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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다/이자카야 투어

일본스러운 분위기와 맛을 동시에 잡은 이자카야, 소금과 다시마

망원동의 맛돌이 라멘집 담택과 야키톤 전문점 윤해빛찬. 단골 많기로 유명한 두 곳의 사장님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는 이자카야, 소금과 다시마에 다녀왔다.

평소 우리집에 오는 모든 손님들에게 시오콘부(しおこんぶ: 소금 다시마. 소금, 조미료를 입힌 조미 다시마이다.) 를 영업하는 사람으로서, 상호명을 보고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었다. 하하

두 곳 모두 원체 인기 많은 가게인지라,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북적이는 느낌!

간판

눈부셔서 간판이 안 보이는 건가? 싶었는데 그냥 아무 것도 안 적혀있었다


손으로 오려내 붙인 것 같은 귀여운 입간판. 요런 감성에 우리가 또 죽고 못 산다👀

내부

분명 오픈한지 한 달도 안 됐다고 들었는데!

짙은 색으로 칠한 나무 테이블, 술맛 도는 어두운 조도, 일본 잡지를 오려내 붙여둔 벽면, 빈티지한 소품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덕분에 한 5년 넘은 가게 같아 보이는 매직.

오픈시간 살짝 넘어서 도착했는데, 예약이 많았는지 바를 제외한 대부분의 테이블이 차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테이블이 있었어도 바에 앉았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다.(요즘 유행어로 밀고 있음)

생각보다 주방이 넓고 일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다!

치타, 하쿠슈, 야마자키, 히비키 등이 보인다.

바 왼쪽의 조그만 모니터 화면으로 미드나잇 인 파리가 나오고 있었다. 분위기는 미드나잇 인 재팬인데 말이지!

귀여운 단호박과 모카포트. 뭔가 뜬금없지만 소품들 하나하나가 다 귀엽고 잘 어울린다!

메뉴판. 주류 메뉴판은 깜박했다.

가격이 정말 좋다. 요즘 생긴 가게라는 걸 믿기 힘든〰️

새로운 것 보면 눈 돌아가는 사람으로서 콘부 하이볼이 정말 궁금했지만 재료가 떨어져 안 된다고. 이것 참 ㅠ 메인 술이 품절이라니... 어쩔 수 없이 또 와야겠네요.

이자카야에선 역시 토리아에즈 비루죠. 짝꿍이 시킨 맥주.

잔, 코스터 모두 쉽게 보기 힘든 모양새라 눈길이 간다. 그립감도 좋고 가게와 너무 잘 어울리는.

연말 약속이 많아 간이 피폐해진 나는 얌전하게 우롱하이로 시작했다. 술이지만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 좋아한다. 간도 물인 줄 알지 않을까?

잘 말아져서 술맛이 튀지 않고 고소 + 쌉싸래했다. 내 간을 우롱하는 우롱하이 최고~

처음으로 나온 메뉴. 폰즈 소스를 뿌린 양파 위에 떡심과 스지가 꽂힌 꼬지가 나온다. 비주얼은 따뜻해보이지만 차가운 메뉴!

오뎅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무와 스지라고 답할 수 있다.

고소하고 쫀득하게 잘 삶아진 스지는 당연히 맛이 없을 수가 없고… 폰즈 소스와 양파도 잘 어울렸다. 인당 한 접시 시켜도 좋을 것 같은 메뉴.

겨자 듬뿍 찍어 먹으면 여기가 일본이다. 헤에?

다음으로 주문한 요리는 청어알 두부. 청어알에 두부 역시 맛 없을 수가 없는 조합!

포들포들한 순두부 위에 청어알과 파, 김과 같은 고명을 올려 먹으면 크... 그냥 사케를 시킬 걸 그랬나? 생각이 절로 든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청어알 맛있다고 양껏 올려먹다간 나중엔 두부만 먹어야한다. 처음엔 행복했는데 나중엔 갓 출소한 기분이 듬…

짝꿍이 맥주를 너무 맛있게 먹어 하마터면 나도 주문할 뻔 했다. 그러나.

메뉴판에 흔한 사케가 아닌 겐비시를 발견해서 맥주를 마실 수 없었다. 바로 주종 전환 들어갔다.

내가 이자카야에서 가장 사랑하는 순간 중 하나. 잔 위로 넘쳐흐르는 술이 잔 받침 위까지 찰랑이는 모습을 좋아한다. 집에서는 똑같이 담아도 이런 기분이 안 난다.

왜냐면 내 술이기 때문이다.

겐비시 미즈호

겐비시는 나중에 제대로 포스팅하고 싶은 사케인데,


이 친구는 겐비시 오리지날은 아니고 겐비시 미즈호 라는 제품. 2년 이상 숙성한 사케를 블렌딩한 술이다.
겐비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클래식한 맛(이라고 쓰고 아저씨스러운 맛이라고 읽는다.)도 있지만
정미보합률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

모든 술이 그렇지만 - 자연물로 만드는 술은 매년 맛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겐비시는 모든 상품에 일관된 맛을 추구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사케를 블렌딩하기 때문에 정미보합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멋지다. 이런 뚝심이 있기에 100년 훌쩍 넘도록 술을 빚을 수 있는 것이겠죠.

훌륭한 산미 뒤, 숙성된 장 류의 꼬스름한 향이 나고 감칠맛이 쏟아진다. 짠기 뺀 투명한 간장 같은 맛.
예전에는 분명 취향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자꾸 생각난다. 이 날도 정말 맛있게 마셨다.

사실 겐비시는 따뜻하게 마시면 훨씬 맛있어서, 아츠캉이 가능한지 여쭤봤는데, 아직 준비가 안 되어 한 달 뒤 쯤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다. 또 올 수 밖에 없겠네요...

호쾌하게 맥주를 비운 짝꿍도 사케를 주문했다. 쿠라노하나 인스피레이션 나마 시보리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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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리타테(しぼりたて): 햅쌀로 빚은 사케를 부르는 명칭. 신주(新酒)라고도 부르고 겨울에 만날 수 있다. 일반적인 사케와 다르게 열처리를 하지 않아 미탄산이 살아있고, 특유의 프레쉬한 향이 있다. 효모가 살아있어 반드시 냉장보관해야하는 술.

2022년 시보리타테가 있는데 다른 술을 먹을 셈이야? 라고 이성적으로 설득(이라고 쓰고 강요)했다.

시보리타테를 잔술로 마실 수 있는 술집은 귀하다. 향은 화사했는데 맛은 드라이했던. 괜찮았다.

다음으로 시킨 메뉴는 노른자 절임. 일본어로 란오 미소즈케 卵黄味噌ずけ 라고 부른다.
집에서도 만들어본 적 있는데 약간 뭐랄까. 내 손으로 치즈 만드는 기분이랄까요. 진짜 레아루 술안주입니다.

치즈처럼 살짝 꼬로스름한데 녹찐농후한 맛이… 후(한숨) 사케 안주로 최고.
조만간 집에서도 다시 만들어 볼까봐.

이것저것 먹었으나 배가 덜 차서 주문한 콘부 파스타!
표고, 마늘, 시오콘부! 심플하지만 맛있는 조합. 버터향도 팡팡 터지는데 의외로 잘 어울린다!

역시 술이 좀 들어가면 탄수화물이 최고이다. 게눈 감추듯 뚝딱! 맛있었다😛

특유의 분위기와 맛있고 저렴한 안주에 잔술 사케까지.
조만간 인기 터지지 않을지. 그전에 자주 가야지.